2026년 4월 1일 수요일

서른아홉 늦둥이의 온기, 그리고 한 달 만에 마주한 차가운 현실

 막둥이를 낳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휴식을 꿈꿨습니다. 서른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었기에, 앞선 두 딸을 낳고 몸조리도 못한 채 일터로 달려가야 했던 그 서러운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야속하게도 이전과 똑같이 흘러갔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오셨지만, 말이 좋아 조리지 저에게는 그 시간이 오히려 더 큰 불편함과 눈치의 연속이었습니다.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다리 한번 뻗지 못하고 어른의 기색을 살피며 몸을 추슬러야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시린 응어리로 남아 있습니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조차 진심 어린 위로보다는 당연한 희생을 요구받는 기분이었고, 산모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인 단 한 달 만에, 저는 다시 장사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15년 홈패션 인생과 20년 식당 운영이라는 35년의 긴 세월 동안, 저에게 '멈춤'이란 허락되지 않는 사치와도 같았습니다. 서른아홉 늦깎이 엄마의 몸은 비명을 질렀지만, 갓 태어난 막둥이를 떼어놓고 차가운 원단 먼지를 마시며 다시 미싱 페달을 밟아야 했습니다. 제 발목과 손마디는 끊어질 듯 아파왔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 통증을 짓눌렀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부서진 몸보다 당장 가게 문을 여는 것이 우선인 사람이었고, 저는 그 독단적인 요구 앞에 제 안위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일터로 향하던 그 발걸음은 세상 그 무엇보다 무거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토록 서럽게 몸조리를 마치고 일터로 달려갔던 것은, 오로지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제가 겪은 가난과 외로움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읜 저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따뜻한 울타리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몸이 축나고 영혼이 깎여나가는 줄도 모르고 35년을 장사꾼으로, 또 무조건적인 희생자로 살았습니다. 시어머니의 차가운 눈총과 남편의 이기심 속에서도 제가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역설적이게도 제가 지켜야 할 그 작고 따뜻한 어린 생명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진통제였습니다.

오늘 블로그에 인생의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그때의 제가 참으로 가엽고도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저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정작 가장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외면당했던 제 자신입니다. 자영업 35년 동안 수만 명의 손님을 맞이하고 정성을 다해 대접하며 그들의 비위를 맞췄지만, 정작 저 자신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채찍질만 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야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그 시절의 서러움을 하나씩 쏟아내며, 30년 전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가게로 향하던 서른아홉의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려 합니다. 굽어버린 손가락과 비가 오면 쑤시는 무릎은 그 치열했던 삶의 훈장이겠지만, 그 속에 묻어둔 눈물은 이제 이 글을 통해 씻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삶의 파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서른아홉 늦둥이를 낳고 몸조리조차 못 한 채 일터로 나간 아내의 희생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 인생에는 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 얼마나 한 여자의 영혼을 처참하게 짓밟고 무너뜨릴 수 있는지, 저는 그 지독한 고통의 터널을 홀로 지나와야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고통스러웠던, 남편의 외도로 인해 무참히 무너졌던 제 영혼의 기록을 써 내려가려 합니다. 그 모진 배신 속에서도 제가 왜 이 길을 계속 걸어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아픈 이야기를 이어가며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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