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선물한 천연 썰매장, 모래톱의 마법
우리 고향의 겨울은 참 신비로웠습니다. 겨울이면 동해의 거센 파도가 모래를 밀어 올려 강어귀에 거대한 모래톱을 쌓았지요.
그렇게 쌓인 모래 성벽이 강물을 꽉 막아버리면, 바다로 가지 못한 강물은 갈 곳을 잃고 마을 앞 넓은 논바닥으로 흘러들어 넘쳐났습니다.
그 물들이 꽁꽁 얼어붙으면 평범했던 논은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넓은 은빛 썰매장으로 변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스케이트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지요.
그 시절 우리는 썰매를 사서 타지 않았습니다. 나무판자를 구해와 그 밑에 굵은 철사를 정성껏 구부려 탕탕 박아 만든 우리만의 수제 썰매였지요.
각자 자기 손때 묻은 썰매를 끌고 나와 송곳으로 얼음을 힘껏 찍으며 달리면, 굵은 철사가 얼음판을 긁는 ‘촤악- 촤악-’ 소리가 온 들판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하하호호 떼지어서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밥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저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대끼며 살던 집터는 이제 번듯한 공원이 되어버려 흔적도 없는데, 우리가 썰매를 타던 그 논만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저를 맞이해주더군요.
논은 그대로인데, 함께 썰매 타던 친구들도 우리를 부르던 언니들의 목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사라진 마을터를 바라보며 저는 오늘도 기억 속의 철사 썰매를 타고 그 은빛 논바닥을 힘차게 달려봅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고향의 풍경이 있나요?
철사 썰매를 타고 달리던 그 찬 공기와 추워서 꽁꽁 언 손을 호호불며 장작불로 몸을 녹이며 놀던 그리운 친구들도 생각나는 밤입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추억도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다음에는 내고향 봄의 정경들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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