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0일 화요일

아버지가 새벽을 여시던 그 바다에서 만난 '은빛 숭어'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꿈을 꾸어도 금방 잊히고, 꿈 자체를 잘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자다 깨서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생생한 꿈을 하나 꾸었습니다.
        망양정에서 내려다본 고향앞바다

​꿈속의 나는 아주 익숙한 고향 바닷가에 서 있었습니다.
 그곳은 제가 아주 어릴 적, 아버지가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초망을 던지시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8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온몸으로 새벽 파도와 맞서던, 눈물겹고도 든든했던 삶의 현장이었지요.

​그 새벽의 바다에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밖으로 튀어나오더군요.
 주변 사람들은 정신없이 물고기를 통에 쓸어 담는데, 저도 한 마리를 잡으려 애를 썼습니다. 
가시에 찔리고 미끄러지며 겨우 한 마리를 붙들고 있을 때, 제 눈앞에 눈부신 '은빛 숭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잡고 보니 어찌나 맑고 신비롭던지... 그 순간, 도저히 제 욕심으로 가둬둘 수가 없더군요. "가서 마음껏 헤엄치렴" 하는 마음으로 다시 바다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은빛 숭어는 기다렸다는 듯 다른 물고기들과 함께 푸른 바다 속으로 힘차게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잠에서 깨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동안 62년을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움켜쥐려고만 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제 삶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꿈을 통해 제게 응원을 보내신 게 아닐까요?

​"얘야,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 이제는 너무 움켜쥐려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네가 가진 귀한 마음과 경험들을 이 넓은 바다에 풀어놓거라." 하고 말이죠.

이제 저는 이곳 블로그라는 새로운 바다에 제 인생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려 합니다. 
아버지가 새벽 4시에 그물을 던지셨던 그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저도 매일매일 삶의 귀한 조각들을 정성껏 길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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