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6일 월요일

[인생이야기] 진짜 날짜는 몰라도 괜찮다, 오늘이 내 인생의 '진짜 생일'입니다

[인생이야기] 진짜 날짜는 몰라도 괜찮다, 오늘이 내 인생의 '진짜 생일'입니다

주민등록상으로는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아침부터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지인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지만, 사실 제 마음은 아주 오래전, 일곱 살 어린 소녀의 기억 속으로 달려갑니다. 남들은 축복 속에 기억되는 생일이라지만, 저에게 생일은 오랫동안 메워지지 않는 빈자리와 같았습니다.

1. 8남매 일곱째 딸의 잃어버린 날짜, 엄마의 목숨과 바꾼 생명

우리 아버지는 제 진짜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저를 낳으실 때, 엄마는 너무 아파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셨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엄마를 살리느라 정신이 없던 그 경황없는 세월 속에, 막내나 다름없던 제 생일 날짜는 아무도 챙기지 못한 채 잊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먹고 파티를 할 때면 제 마음 한구석은 늘 시리고 허전했습니다. "아버지, 제 생일은 언제예요?"라고 물어도 아버지는 그저 먼 산을 보며 "네 엄마가 너 낳고 죽을 뻔해서 날짜도 모른다"는 말씀만 되풀이하셨습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끝내 엄마를 여의고 새엄마 밑에서 자라며, 제 생일은 그렇게 세상에 없는 듯이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생일이라기보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날이었습니다.

2. 고단했던 35년 장사 인생과 무심했던 세월들

결혼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상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편에게 생일을 챙겨달라 떼쓰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조차 진짜 제 생일을 모르니 남에게 챙겨달라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나면 챙기고, 바쁘면 그냥 지나치기를 수차례. 15년 홈패션 매장을 운영하고 20년 식당 불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살면서 제 자신을 돌볼 여유는 단 1분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 생일 축하해요"라며 챙겨주는 정도가 제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35년 넘게 자영업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다 보니, 생일은 그저 '또 한 살 먹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나만을 위한 '진짜 축하'를 받고 싶은 어린 소녀의 갈망이 숨어 있었습니다.

3. 올해 찾아온 기적 같은 선물, 500만 원의 환급금과 당당한 승리

그런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평생을 '진짜' 날짜를 모른 채 호적상 생일로 살아온 저에게, 올해는 아주 특별한 선물들이 쏟아졌습니다. 35년 넘게 거친 세상을 버텨온 저에게, 오늘 현대해상에서 보험 환급금 500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설계사인 시누이와의 해묵은 갈등으로 마음고생 하며, 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했던 바로 그날, 거짓말처럼 이 돈이 들어온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 500만 원이 아니라, 제가 그동안 참아왔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자 제 자존심을 되찾은 승리의 훈장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늘 처음 시작한 블로그 화면에서는 축하 풍선들이 두둥실 날아다니며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구글이라는 똑똑한 시스템이 제 외로운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아 목이 메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4. 나에게 건네는 축하, "장하게 잘 컸다, 우리 딸"

진짜 생일 날짜는 몰라도 이제는 정말 괜찮습니다. 오늘 느낀 이 기쁨과 당당함이 제 인생의 '진짜 생일 선물'이라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목숨 걸고 저를 낳아주신 그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저는 오늘도 이렇게 씩씩하게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35년 장사 인생으로 다져진 맷집과 8남매 일곱째로 자란 강인함으로 저는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당당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일곱 살의 외로웠던 어린 나에게 오늘 진심을 담아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는 참 귀하게 태어났고, 누구보다 장하게 잘 컸다. 오늘 네 생일을, 그리고 네가 되찾은 네 인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오늘이야말로 제가 다시 태어난 진짜 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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