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35년 장사 인생을 버티게 한 맷집의 뿌리, 열아홉 살에 입은 교복의 추억
안녕하세요, 8남매 중 일곱째 딸입니다. 어제는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블로그에 글도 못 올리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습니다. 35년 넘게 장사하면서 아픈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제 몸이 먼저 쉬어가라고 강한 신호를 보내나 봅니다. 하루 쉬어가니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병원 가서 링거 한 대 맞고 가만히 누워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니, 참 묘하게도 옛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군요. 제 인생에서 가장 간절했고, 그만큼 뜨거웠던 '열아홉 살의 봄' 이야기입니다.
1. 남들은 학교 갈 때 일터로 향했던 열여섯, 눈물로 쓴 인생의 첫 일기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제 앞길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8남매 중 일곱째라는 처지에 시골 살림은 늘 쪼들렸고, 새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금기어와 같았습니다. 동네 친구들이 새 교복을 입고 깔깔거리며 학교로 향할 때, 저는 가방 대신 작업 도구를 들고 일터로 향해야 했습니다.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제 설움을 들어줄 곳도, 도와달라고 손 내밀 곳도 없었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도 입술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고 다짐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겠다. 내 손으로 직접 벌어서 당당하게 내 발로 학교에 가리라." 그 시절의 고생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고 눈물이 핑 돕니다. 하지만 그 차가웠던 일터의 공기가 지금의 저를 만든 단단한 거푸집이 되었습니다.
2. 3년을 꼬박 벌어 마련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존심'
남들 학교 다닐 때 저는 3년을 꼬박 일에 매달렸습니다. 또래보다 늦게 간다는 사실이 때론 속상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제 목표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내 힘으로 온전한 학비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저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새엄마 눈치 보며 서러운 날도 많았고, 고된 노동에 손마디가 아려올 때도 있었지만, 한 푼 두 푼 모여가는 통장의 숫자를 보며 버텼습니다.
마침내 제 힘으로 번 돈을 들고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내던 날의 그 떨림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입학 서류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는 내 힘으로 일어섰다"고 외치는 제 인생의 첫 번째 승리 선언이었습니다. 열아홉, 남들은 입시를 고민할 나이에 저는 비로소 꿈에 그리던 '학생'이 되었습니다.
3. 열아홉 살의 당당한 1학년, 세 살 어린 동생들과 나눈 배움의 가치
남들보다 3년 늦게 입은 교복이었지만, 저는 누구보다 당당했습니다. 세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은 교실에 앉아 공부하는 게 처음엔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이 자리는 누가 거저 준 것이 아니라, 제가 3년 동안 피땀 흘려 스스로 차려낸 제 인생의 성찬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수업 시간 1분 1초가 보석처럼 귀했습니다. 남들이 지루해하는 교과서의 문장들이 제게는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지혜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저는 배움보다 더 소중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일구어낸 삶은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자립의 정신이었습니다. 그 당당함이 있었기에 저는 열아홉 살의 1학년 생활을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4. 35년 장사의 풍파를 이겨낸 단단한 맷집의 시작점
어제 병원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으며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그때 그 고생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15년 홈패션 매장과 20년 식당 장사의 그 모진 세월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가도 결국 도착한다는 것, 그리고 내 힘으로 일구면 그 무엇보다 뿌리가 깊고 단단하다는 것을 저는 열아홉에 이미 배웠습니다.
덕분에 62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IMF니 코로나니 하는 숱한 풍파가 닥쳐도 '그래, 열아홉에도 내 힘으로 학교에 갔는데!' 하며 다시 앞치마를 질끈 묶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 못 올린 글까지 담아 두서없이 써 내려갔지만, 쉬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납니다. 저처럼 지금 삶의 무게에 눌려 힘들어도 자기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신 모든 분을 오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인생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스스로 시작하는 그 순간이 가장 찬란한 전성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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