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삶의전환점] 사라진 고향 집 대문을 닫으며, 이제 '결혼'이라는 고개를 넘으려 합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를 통해 사라져 버린 고향의 흙냄새와 8남매가 복작거리며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30편이나 적어왔습니다. 이제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제 기억 속의 고향은 더 아리고 애틋하기만 합니다. 7살 어린 나이에 친엄마를 여의고, 제가 나고 자란 그 집에 새엄마를 맞이하며 가슴앓이했던 기억들... 그 서럽고도 따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놓다 보니 저도 잠시 그 시절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가 참 많이도 울고 웃었습니다.
1. 30편의 기록으로 남긴 고향 집 마당, 이제는 잠시 안녕을 고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 소중한 기억 속의 고향 집 대문을 잠시 닫으려 합니다. 언제까지나 사라진 고향만 그리워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부터는 그 정든 마당을 나와, 제가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가정의 며느리로 첫발을 내디뎠던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고갯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고향 집 대문을 닫는다는 것은 제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는 의식과도 같습니다. 8남매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배웠던 그 마당에서의 기억은, 훗날 제가 3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불 장사와 식당 장사를 버텨낼 수 있게 한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기억들을 밑거름 삼아, 더 치열하고 뜨거웠던 2막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2. "만약 지금 태어났다면?" 솔직한 고백, "결혼 안 했을 겁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참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혼자서도 자기 삶을 멋지게 꾸려가는 그들을 보며 가끔 저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만약 내가 지금 세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지금 같아선 결혼 안 했을 겁니다. 사라진 고향 집 마당에서 8남매 틈바구니를 견디며 배운 그 생활력과 손재주라면, 지금 세상에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제 이름을 내건 일을 하며 멋지게 살았을 테니까요.
그 시절, 8남매 중 일곱째였던 저에게 결혼은 사실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숙제 같았습니다. 엄마 없는 빈자리에 새엄마가 들어오고, 일찍 철이 들어버려야 했던 소녀에게 결혼은 어쩌면 그 답답한 집을 떠나 온전한 '내 편' 하나를 만들고 싶었던 간절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또 다른 인내의 시작인 줄도 모른 채, 저는 그렇게 서둘러 어른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3. 익숙한 세상과의 작별, '결혼'이라는 낯선 바다로의 투신
이제는 지도에서도 사라진 고향 집 대문을 나섰던 그날, 저는 제가 알던 익숙한 세상과 작별하고 '결혼'이라는 낯선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삶인 줄 알았습니다. 여자는 때가 되면 시집을 가야 하고, 남편 맞이하고 자식 낳으면 내 이름 석 자보다는 '누구 엄마'로 사는 게 미덕인 시대였으니까요.
스물몇 살, 꽃다운 나이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 속의 나는 참 앳된 모습인데, 그때의 그 소녀는 알았을까요? 그날의 선택이 앞으로 30년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게 만들 줄을 말입니다. 사라져서 더 소중한 고향 이야기를 일단락 짓고 이제 결혼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누군가의 며느리로 시작해 엄마로 살아온 그 고단했던 첫 단추, 그리고 그 결혼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이제 하나씩 블로그에 내려놓아 보려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안 하겠다던 그 결혼이지만, 그 길을 걸어왔기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들과 제 인생의 뜨거웠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기록해 보겠습니다. 이 기록이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수많은 이 땅의 어머니들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