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대기업 다니는 남편과 아반떼 새 차, 그 평탄함 속에 감춰둔 속마음
대기업 남편과 맞벌이로 일궈낸 경제적 안정
그 당시 우리 집 형편은 겉으로 보기에 제법 안정적이었습니다. 남편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시어머니께서 집에서 아이를 봐주셨기에 저도 마음 놓고 밖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었지요. 남편은 밖에서 성실히 직장 생활을 하고, 저 또한 홈패션 가게에서 밤낮없이 주문을 받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열심히 맞벌이를 한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생애 첫 새 차 '아반떼'와 남들의 부러움
그 무렵 현대자동차에서 '아반떼'라는 차가 처음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그 흐름에 맞춰 생애 첫 새 차로 아반떼를 한 대 뽑았습니다. 반짝이는 새 차를 마당에 세워두고 보니, 8남매 중 일곱째로 자라며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감회가 참 새로웠습니다. 남들 눈에는 대기업 다니는 남편에, 기술 가진 아내, 그리고 귀한 손주를 봐주시는 시어머니까지 계시니 참 복 많은 집안이라 불릴 만한 시절이었습니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 쌓이던 스트레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조금씩 피어나고 살림살이가 나아진다고 해서 제 마음까지 마냥 편안했던 것은 아닙니다. 밖에서 보기엔 평온한 가정이었지만, 저는 저대로 말 못 할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시어머니와 한 지붕 아래 살며 아이를 맡기고 장사를 나가는 일은,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늘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내 아이를 내 손으로 오롯이 키우지 못한다는 미안함과 고부간의 미묘한 갈등은 퇴근 후에도 저를 짓누르는 큰 짐이었습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
남편은 직장 생활에 충실하며 집안이 화목하게 돌아가는 것에 만족해했지만, 저는 가게 일과 집안일 사이에서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홈패션 가게에 앉아 재봉틀을 돌리면서도 머릿속은 늘 집안 걱정과 아이 걱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겉으로는 새 차를 타고 다니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는 듯 보여도, 속으로는 그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제가 혼자 감내해야 했던 정신적인 피로감이 상당했던 시기였습니다.
35년 자영업 인생의 한 페이지를 돌아보며
35년 자영업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때처럼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가 가장 평탄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이 모이고 좋은 차를 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남편의 대기업 월급과 제가 번 돈으로 살림은 윤택해졌을지언정, 제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스트레스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담담한 기록들이 이제는 제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어 이렇게 글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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